평생 함께 사역했던 아내 보내고 사로잡혔던 야망에 대한 참회록

입력 2018-07-19 00:01

‘가슴 찢는 회개’(두란노)는 2013년 9월 아내 허운석 선교사를 폐암으로 떠나보낸 뒤 김철기 선교사가 쓴 참회록이다. 그는 1991년 가족과 함께 아마존에 들어가 지금껏 선교사로 살고 있다.

책 전반부, 네 가족이 겪은 선교 현장의 이야기부터 상상을 초월한다. 더 놀라운 건 후반부에 나오는 그의 처절한 독백이다. 58세에 아내를 떠나보내며 그는 아마존에서 일궈낸 사역이 자신의 종교적 야망의 결과였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늘 든든한 아내가 그토록 남편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했음을, 그러면서도 남편이 약해질까 봐 내색 않고 희생하며 살아왔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사역에만 눈이 멀어 있었기에, 내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과 희생을 몰랐다”며 “가장 가까이 있는 아내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인디오 형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나는 희대의 사기꾼이다”라고 통한의 눈물을 쏟는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과 충격의 시간을 보낸 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비통했고 억울했고 괴로웠다. 그러나 주님은 허 선교사를 취하시고 대신 주님 자신을 내게 주셨다. 세상의 어떤 가치로도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절대 최선인 주님과의 연합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217쪽)

아내 허 선교사는 선교지에서의 헌신적인 삶과 더불어 ‘내가 왕바리새인입니다’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 두 권의 책을 통해 복음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떠났다. 그동안 무수한 요청에도 책을 쓰지 않았던 김 선교사는 처절한 회개 끝에 비로소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행여 주님을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싶은 갈망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통해 나처럼 주님보다 주님의 일을 더 사랑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보다 치열했던 삶, 그 속에서 토해낸 처절한 고백이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