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문건을 면밀히 따지다보니 시일이 걸렸고, 그만큼 대응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계엄령) 문건을 봤다고 바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국방부로부터 문건을 받고 나서 검토에 들어갔고, 점점 더 그 문건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당시 정황들을 맞춰가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처음 문건을 확보한 뒤 지난 10일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보름 가까이 늑장 대처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몇 번 보고했는지는 모르지만, 보고 과정에서 점점 (사안을) 위중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이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문건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여다봤다. 여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군 기관들 사이에 오고간 계엄령 문건 관련 문서와 보고 내역은 아직 청와대에 제출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령 문건 제출 시점 발표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민정수석실은 언론보도(지난 5일) 전까지 계엄령 문건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28일 문건을 보고·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 차이가 나는 문건 확보 시점에 대해 청와대가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민소통수석실은 과거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댓글 조작 의혹 사건 주범인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오사카총영사에 추천한 A변호사와의 면담 시점을 놓고서도 혼선을 빚은 바 있다.
다만 청와대 주변에선 보고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논란이 계엄령 문건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발표에서) 문건 보고 시점이 며칠 차이 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며 “핵심은 쿠데타 혹은 내란이 벌어질 뻔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 관련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에 대한 법령 위반 논란도 있다. 부패를 척결하라고 일반적인 지시를 할 수는 있어도 특정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령 등에 따라 독립수사단 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청, 늑장 대처 비판에 “심각성 인식에 시간 걸렸다”
입력 2018-07-17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