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영락기도원엔 특별한 음식이 있다. 평양냉면이다.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세운 영락교회가 설립한 기도원인 만큼 오래전부터 평양냉면을 만들어 왔다. 교인들은 요즘처럼 냉면이 인기몰이를 하기 한참 전부터 ‘기도원 냉면’을 맛봤다.
기도원은 매년 여름 산상기도회 마지막 날 점심 때 냉면을 만든다. 이는 교회의 전통으로 굳어져 신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냉면 나오는 날을 기억한다. 올해도 다음 달 1일부터 3일, 8일부터 10일까지 두 차례 산상기도회가 진행되는데 기도회 마지막 날인 3일과 10일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오래된 신자일수록 어릴 때부터 기도원 냉면을 먹어왔다. 이들은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다. 화려한 맛은 아니어도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락교회 출신 이성은(미국 뉴욕신광교회 교육담당) 목사는 “대학 때 기도원에서 처음 먹어 본 냉면 맛이 늘 그립다”면서 “권사님들이 직접 우려낸 육수에 시원하게 말아주는 냉면은 식당에서 파는 냉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멋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기도원에선 한 번에 2000그릇 이상의 냉면을 만든다. 산상기도회가 두 차례 진행되니까 매년 4000그릇을 만드는 셈이다. 엄청난 양이다. 조리법은 신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어져 왔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다.
초창기엔 면도 신자들이 직접 뽑았지만 지금은 시중에 파는 메밀국수를 구입해서 쓴다. 메밀 함량이 높아 갈색을 띤다. 삶은 면은 차가운 물에 세 차례 씻는다. 면에 붙어 있는 전분을 떼어내기 위해서다. 육수는 직접 만든다. 양지와 아롱사태를 100근 가까이 삶는다. 이렇게 해야 2000인분을 넉넉하게 만들 수 있다. 차갑게 식힌 육수에는 식초와 매실액 등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 냉면 위 고명은 투박하다. 고기 두 점과 두껍게 썬 오이, 계란 두 쪽이 전부다. 음식은 추억이라는 말이 있다. 영락교회 김명철 장로는 “오랜 세월 면 씻는 봉사를 했다. 힘들지만 교인들과 추억을 나눈다는 기쁨이 크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톡톡! 우리교회-영락기도원의 여름 별미] 한번 맛보면 못 잊는 ‘기도원 냉면’
입력 2018-07-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