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송영무(사진) 국방부 장관의 대응은 갈수록 의혹을 키우고 있다. 송 장관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 문건을 간략히 보고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힌 점도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송 장관 자신의 대대적인 기무사 개혁안을 밀어붙이려고 문건 공개 시점을 저울질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장관이 문건의 파급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송 장관은 16일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4개월간 즉각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다 군 특별수사단의 공식 수사 착수일에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송 장관은 ‘정무적 고려’로 문건 공개를 늦췄다는 입장이다. 처음 문건을 보고받았을 당시 평창 동계올릭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분위기를 유지하고, 4·27 남북 정상회담 지원에 집중하려 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청와대 보고 지연 등 책임론이 부각되자 공개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송 장관이 직접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건을 간략하게나마 보고한 시점은 지난 4월 30일이다. 이후 송 장관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13 지방선거 22일 후인 지난 5일 문건을 공개했다. 정무적 판단만으로 폭발력 있는 문건 공개를 미뤘다고 보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문건 관련 대응을 서로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 방문 중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문건 내용이 즉각 보고됐다면 그 전에 수사 착수나 문건 공개를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무사 개혁안을 둘러싼 송 장관과 청와대 참모 간 갈등설도 증폭되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4월 30일 기무사 개혁안을 청와대 참모들과 논의했고, 그 다음 달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송 장관의 대폭 감축 개혁안 대신 이보다 다소 약할 수 있는 개혁위의 개혁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뒤집으려고 문건 공개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기무 개혁이 원활하게 추진됐으면 이렇게 문건이 폭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송 장관이 문건 대방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현 정권에서 기무사를 개혁하려는 측과 존속시키려는 측 간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송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기무사 개혁안을 어느 수준으로 보완하라는 지침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군 소식통은 “송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은 4월 30일 기무사 개혁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으며 결국 송 장관 개혁안이 거부됐다”고 전했다.
송 장관이 문건 자체의 위법성을 크게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송 장관은 패럴림픽 폐회식 당일인 지난 3월 18일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문건 관련 문의를 했으며 청와대에 간략한 보고만 하는 선에서 그쳤다. 만약 문건의 파괴력을 알았다면 이런 느슨한 대응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머무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조만간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그의 측근이 이날 국민일보에 전했다. 그는 본인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청와대와의 갈등? 기무사 개혁용? 해석만 난무하는 송 장관의 행보
입력 2018-07-1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