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외산폰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국내 중저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와 각축전을 펼칠 전망이다. 고가폰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자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저가폰 시장으로까지 확전한 것이다.
‘대륙의 실수’ 중국 샤오미의 국내 유통사 지모비코리아는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홍미노트5’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SK텔레콤과 KT를 통하거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국내 이통사를 통해 정식 출시되는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해외 공동구매 사이트 등에서만 샤오미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홍미노트5는 샤오미가 올 상반기 출시해 일본과 인도에서 가성비 스마트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제품 성능은 삼성전자 중저가폰 갤럭시A8(59만9500원)과 갤럭시A6(39만6000원) 사이인데 가격은 29만9000원으로 저렴하다.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는 “홍미노트5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능을 가졌으면서 가장 저렴한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화웨이도 이르면 이달 ‘노바라이트2’ 모델을 자급제 스마트폰 형태로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화웨이는 2015년부터 이통사를 통해 중저가폰을 출시해 왔지만 자급제 스마트폰을 정식 출시하는 건 처음이다.
중국 스마트폰은 10년 전부터 간간이 국내에 소개됐지만 제조사별 점유율 1%를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해 왔다.
화웨이는 2016년 LG유플러스와 KT를 통해 중저가폰 ‘Y6’, 프리미엄 제품 ‘P10’ ‘비와이폰’ 등을 공급했지만 파급력이 없었다. 샤오미도 지난해 12월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20만원대 스마트폰 ‘미A1’을 출시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샤오미는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정 대표는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한국 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앞으로도 샤오미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프터서비스(AS)망이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샤오미는 내비게이션 업체 아이나비의 전국 판매망을 통해 AS를 제공하고 있지만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화웨이도 올해 전국 AS센터를 66곳으로 늘렸지만 직영점 1곳을 빼면 모두 국내 하도급 업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폰을 쏟아내며 중국 스마트폰을 견제하고 있다. 올해 1∼7월에만 중저가폰 13종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점유율 수성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60만원대 갤럭시A8스타와 30만원대 갤럭시J6 모델을, LG전자는 지난달 28일 알뜰폰 전용 1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 X2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플래그십 모델의 부진을 중저가폰에서 만회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산 스마트폰에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가성비 모델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가성비 앞세워… 한·중, 국내 시장서 중저가폰 각축전
입력 2018-07-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