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에서 ‘혁신성장’으로 J노믹스 무게추 이동?

입력 2018-07-16 18:19 수정 2018-07-16 23:43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대선 공약을 포기하고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의 극심한 반발, 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무르는 ‘고용 쇼크’, 소득 불평등 확대 등 정부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부작용이 잇달아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적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등 부처의 우려가 컸지만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과거 성장 중심주의의 경제 정책이 한계를 보였던 만큼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된다는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의 통계들이 발표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경제 행보에 나섰다. 인도 국빈방문 과정에서 노이다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게 대표적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당시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우선순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어느 타이밍에 우선순위를 조정할지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정책 우선순위는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 상황,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줬다”며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취약 계층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6·13 재·보궐 선거 압승으로 범여권이 원내 과반을 확보한 만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입법도 추진될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