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6일 본회의를 열어 20대 후반기 상임위원장 16명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임기 쪼개기’식의 자리 나눠먹기가 만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이 정한 임기 2년을 1년씩 돌아가면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기 6개월짜리 ‘초단기 상임위원장’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선수(選數) 위주의 상임위원장 선출 때문에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번에 분리되는 교육위원장과 문화체육위원장은 국회법 개정을 거쳐 오는 26일 선출된다.
18개 상임위 가운데 위원장의 임기를 나눈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8곳이다. 상임위원장 지원자가 넘쳐나자 다선 의원들이 임기를 나눠 돌아가면서 위원장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조율한 결과다.
심지어 임기 6개월짜리 위원장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몫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안상수 의원이 먼저 6개월을 한 뒤 황영철 의원이 남은 기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안 의원은 내년 초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상임위원장을 내려놓고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행정안전위원장을 맡는 인재근 의원과 여성가족위원장을 맡는 전혜숙 의원이 1년 뒤 서로 위원장 자리를 맞바꾸기로 했다. 두 여성 의원 모두 여가위원장 맡기를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러잖아도 행정 부처에 비해 상임위의 전문성이 밀리는데, 인위적으로 위원장 임기를 나눠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수와 나이 순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다보니 현 위원장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인재근 행안위원장, 전혜숙 여가위원장, 김학용 환노위원장, 강석호 외통위원장, 이학재 정보위원장 등 5명은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한 이력이 없다. 교육위원장 후보로 확정된 이찬열 의원 역시 관련 상임위 활동 이력이 없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임의로 원 구성 협상을 마치고 상임위를 각 당이 배분한 다음 선수 높은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한국당은 조율에 실패해 당내 경선을 치렀고, 민주당에서도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신경전이 지속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 경선을 전면 도입해 전문성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데 나이와 성별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전문성을 가리기 위해 경선 진행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판 이종선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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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쪼개고 경선 치르고…상임위원장 또 나눠먹기
입력 2018-07-16 18:29 수정 2018-07-17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