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때 이른 폭염, 취약계층 위한 종합 대책 절실하다

입력 2018-07-17 04:00
때 이른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부산·대구·광주 등 남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발효한 폭염경보를 16일에는 서울·경기·강원 등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했다.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폭염 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폭염 주의보는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예상될 때 발령된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전국이 푹푹 찌고 있는 것이다.

올해 폭염은 평년보다 빠르다. 기온도 4∼7도 높은 수준이다. 7월 중순의 낮 기온이 평년 8월 상순 기온만큼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폭염도 일찍 나타난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장 큰 이유는 티베트 고원에서 데워진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 더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8∼13일) 145명으로 집계돼 직전 주 52명 대비 3배나 늘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5월 20일부터 14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는 총 401명인데 이 중 사망자는 2명이다. 양식장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가축도 집단 폐사하는 등 재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여름 더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분간 비 예보도 없어 최대 한 달 동안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쪽방에 기거하는 빈곤층 노인, 연고 없는 홀몸노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숙인 등에게 더위는 치명적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이 폭염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비상 구급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이런 선제적인 대비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역대급 무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을 기점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해마다 길어지는 추세다. 1973∼1993년까지는 열대야와 폭염일수가 각각 평균 7.0일과 8.6일에 그쳤지만 1994∼2017년까지는 열대야와 폭염일수가 각각 14.4일과 12.8일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 교수팀은 지난해 내놓은 연구 논문에서 서울의 살인폭염 일수가 2030년 3일, 2050년 7일, 2075년 35일에 이어 2100년에는 67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그 빈도와 정도가 해마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폭염을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재난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