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저임금 인상률 10.9%로 소득 격차 줄이기… 반발 잠재울 카드 마땅찮다

입력 2018-07-16 04:04
최저임금위원회 류장수 위원장이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마친 뒤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 결과와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0.9%에는 여러 의도와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큰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격차 축소다. 소득 분배를 위해 인상률 가운데 절반 가까운 4.9%를 할당했다. 여기에 올해 근로자 평균 임금인상률 추산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인상효과 축소분을 추가로 반영했다. 더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요구한 근로자위원들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

뜻은 좋지만 정부 앞에 놓인 건 온통 가시밭길이다. 우선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공표하기에 앞서 이의제기 신청을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경영계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직격타를 맞는 영세 소상공인을 다독이기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0.9%는 9명의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이다. 인상률 산출에 4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우선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상률 전망치를 활용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3.8%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포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1.0%를 가산했다. 최저임금위의 사용자위원이 동결, 근로자위원이 3260원 인상을 요구했던 상황을 감안해 1.2%를 추가로 반영했다.

또한 소득격차 해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숫자를 더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38.6% 수준에 불과하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4.9%를 추가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올리면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기존 38.6%에서 41.3%로 뛴다고 계산했다. 그만큼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개선과 임금격차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을 치열하게 고민해 내놓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바빠졌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15일 “공고를 내면 그 시점부터 열흘간 이의제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의제기 절차에서 관건은 경영계의 움직임이다.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할 때 사용자위원이 전원 불참한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장관은 접수된 이의제기를 검토한 뒤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최저임금위에 인상률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고용부 관계자는 “재심의 요청까지 간 전례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게 중요해졌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한정돼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내년도 지급 금액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최저임금을 16.4% 올리며 최근 몇 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웃도는 9.0%를 보전하기로 했다. 올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가량을 보전해주고 있다. 같은 공식을 적용하면 내년에는 평균 인상률보다 많은 3.5%만 정부 부담이 된다. 되레 지원금이 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상가 임대료 억제’ ‘카드수수료 인하’는 난제다. 얽혀 있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데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 힘만으로 벅차다. 정부는 현실적인 방안부터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저소득층 대책에 소상공인 대책이 일부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