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사진) 국방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군내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성폭력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커지자 송 장관이 공식 사과했다.
송 장관은 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군내 성고충 전문상담관들과의 간담회에서 회식문화 개선 대책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딸 얘기를 하며 “(아내가) 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등등에 대해 교육을 자세히 시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가 되레 여성이 성범죄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송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요즘 성(性)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서 말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인 장관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관련) 규정에 이러이러한 것도 (포함시키면) 성 평등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회식 규정을 만들 경우 ‘여성은 회식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차별적 내용을 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큰딸을 잃고 (작은)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했던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의도와 완전히 다르다.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원래 식사 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송 장관의 성 의식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고 있는 인사가 국방부 장관을 하는 이상 군에서의 성폭력 근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 장관 경질을 요청했다.
송 장관 발언이 나온 간담회는 최근 해군 준장이 성폭행 미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육군 준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연달아 성폭력 사건이 터진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경기도 모 부대 사단장 A준장은 지난 3월 부하 여군을 불러내 저녁식사를 한 뒤 자신의 차에서 손을 만진 혐의로 이날 보직해임됐다. A준장은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손가락 길이와 성호르몬(분비)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면서 손을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지난 4일 이 사건 신고를 접수했고 조사 과정에서 2명의 피해 사례를 추가로 파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군 ‘미투 폭탄’ 연쇄 폭발, 이 와중에 송영무 장관은 말실수
입력 2018-07-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