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요?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전면에 내세운 체크카드와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은행권의 보수적 이미지 탈피는 물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10대와 20대가 줄지어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방탄 체크카드 만들고 왔다”는 이른바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국민은행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어린 자녀의 체크카드를 대신 발급해 주기 위해 계좌를 튼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돌과 손을 잡은 금융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은행권은 스포츠 스타나 유명 배우 등 신뢰감을 주는 모델을 주로 기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K팝 아이돌을 앞세우며 이미지 쇄신에 품을 들이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에 익숙한 10, 20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구체적 실적은 어떨까. 국민은행 관계자는 9일 “지난달 21일 상품 출시 후 실적은 집계됐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탄소년단) 기획사 측에서 ‘팬들을 위한 상품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이돌 모델과 팬들의 순수한 관계를 지켜주는 것이 광고주 입장에서도 더 우선이었다.
아이돌 마케팅에 본격 포문을 연 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홍보모델로 낙점했다. 계약 한 달여 뒤 워너원 ‘쏠 딥 드림’ 체크카드 등을 출시했다. 사전예약만 5만 계좌가 들어왔다. 지난달엔 10만 계좌를 돌파했다. 팬사인회 초대 이벤트 등을 실시한 통합 모바일뱅킹 앱 ‘쏠’은 출시 70여일 만에 가입자 수 500만명을 넘었다.
직장인 강모(33)씨는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을 좋아해서 출시하자마다 체크카드는 물론 적금 상품도 가입했다”며 “(카드를) 쓸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IBK기업은행도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이 직접 디자인한 ‘GD체크카드’를 지난 2월 발매했다. 지난달까지 발급 카드 수가 7만2500장이 넘었다.
카드업계도 인기 아이돌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5일 가수 아이유의 사진과 사인이 들어간 선불카드(기프트카드) 10만원권과 30만원권, 50만원권 세 종류를 출시했다. 카드 종류마다 아이유의 사진이 달랐다. 아이유 팬 카페·블로그 등에는 세 종류 모두를 구매했다는 인증글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이유의 넓은 팬 연령층을 고려해 선물하기도 편한 선불카드 광고 형태를 택했다”고 전했다.
금융업계가 인기 아이돌 팬층을 겨냥한 타깃 상품을 출시하는 건 이들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직장생활이나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10대, 20대라고 해도 향후 장기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보한 셈”이라고 했다. 아이돌 팬들의 높은 충성심은 마케팅 효과로도 나타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워너원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뒤 페이스북 팔로어 수가 85만6000여명으로 급증했다.
과제는 수명이 짧은 아이돌의 특성상 단발성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통장 등이 ‘단순 소장용’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아이돌 모델의 이미지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은행·카드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진 아이돌 모델 전략이 성공적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미래 고객을 잡아라” 금융권, 아이돌 마케팅 활발
입력 2018-07-1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