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선위 ‘삼바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 거부

입력 2018-07-09 18:47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요구한 수정안을 내지 않고 원안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증선위는 예정대로 오는 18일 증선위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9일 금융감독 혁신 과제 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증선위는 수정 요구를 해왔지만 이 부분은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선위가 요구한 부분에 대해선 수정안 대신 참고자료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증선위 수정안을 거부한 이유로 2012∼2014년 회계처리 문제까지 검토하는 게 물리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윤 원장은 “현재 시점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이슈로 확대해 나가는 게 저희로선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도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의심한다. 조치안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증선위는 이후 심의과정에서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도 살펴본 후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애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이 수정안 제출을 거부한 건 2012년까지 확대해서 볼 필요가 없고, 2015년으로 한정해도 분식회계 입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실상 판사에 해당하는 증선위의 요구를 검사 역할을 맡는 금감원이 거부한 건 이례적이다. 금감원과 증선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원장은 “증선위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저희가 들여다보는 이슈(2015년 회계처리 문제)가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원안에 집중해 달라고 부탁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더 이상 수정안을 요구하지 않고 당초 일정대로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이번 주 중 임시회의를 열고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성원 양민철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