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소불위 법사위’ 쟁탈전… 여야 회동 ‘빈손’

입력 2018-07-09 18:32 수정 2018-07-09 21:00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9일 국회에서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김지훈 기자

여야의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권교체로 여야 지위가 바뀌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과거 상대 당의 논리를 동원해 법사위원장 쟁탈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9일 원 구성 협상 타결을 위해 만났지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발목잡기’ 논리를 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동 후 “법사위가 쟁점”이라며 “야당이 국정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발목잡기 차원에서 법사위를 이용하니까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체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제도개선 없는 ‘무소불위 법사위’ 확보를 주장하는 것은 정쟁의 도구를 유지하고, 견제라는 미명 하에 법안 발목잡기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것은 ‘일방독주’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사위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민주당이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을 들이면서 일방독주 체제를 갖추려는 탐욕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법사위를 양보하지 않는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홍 원내대표가 고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거쳐야 하는 ‘최종 관문’이다. 국회법 86조에 따라 법사위는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충돌 유무를 검토하고 용어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사위가 법안의 법률 형식 정비를 뛰어넘어 법안 자체를 수정하거나 통과를 지연시키면서 월권 논란이 비일비재했다. 법사위원장을 맡은 정당이 주요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게 됐다. 특히 17대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을 제1야당이 맡는 관행이 자리잡으면서 야당이 쟁점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19대 국회 당시에도 여야가 법사위를 두고 충돌했었다. 2015년 5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상임위 통과 법안에 대해 전자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 2013년 12월에도 같은 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외국인투자촉진법안 상정을 거부하면서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됐다. 이때마다 여당이던 한국당은 법사위의 발목잡기라고 비난했고, 야당은 견제라고 반박했다. 결국 20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공수만 바뀐 채 같은 논리를 들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관례에 따라 한국당이 법사위를 맡는 동시에 법사위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중재하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동 후 “법사위 배분과 제도개선 방안을 같이 연계해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소속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법사위는 어느 당이 맡든지 관계없이 선결과제로 개혁하고, 상임위 배분 문제를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임성수 김성훈 심우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