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위해 금융사와 전쟁”… 데뷔전서 ‘금융개혁’ 칼 빼든 윤석헌 금감원장

입력 2018-07-10 04:04
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금융감독 강화’를 역설했다.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준수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겨냥한 것이다.

윤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은 “사전·사후적 틀을 마련해 소비자 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겠다”면서 “어떻게 보면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부당부과, P2P(개인 간 금융거래) 업체의 부실 대출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금융권 사고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금융회사 내부 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도 꾸리기로 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 금융사고의 주요 원인이 내부 통제 미흡과 무관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내부자 신고 모범 규준’ 등을 마련하고 내부자 신고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윤 원장은 또 금융회사 CEO 선임 절차 실태, 경영승계 계획 등 지배구조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오는 10월부터 금융지주 경영실태 평가를 강화하고, 내년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를 신설해 운영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윤 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도 언급했다. 근로자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연차 보고서’에 근로자추천이사제 관련 공시를 강화키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밖에 윤 원장은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소속 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규제 강화는 사실상 삼성생명을 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본을 더 쌓아두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시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약 26조원에 이른다.

박재찬 나성원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