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 먼저…” 군산 전복 어선 선원들이 구조대원에게 한 말

입력 2018-07-10 04:00
군산해경 구조대가 8일 오후 어선 전복사고가 발생한 군산 어청도 부근 해상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아래쪽에 전복된 어선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군산해경 구조대원들이 전복된 어선에서 첫 번째로 구조한 선원 이모씨를 안심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군산해경 제공
군산해경 구조대원들이 전복된 어선에서 첫 번째로 구조한 선원 이모씨를 안심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군산해경 제공
“이분 먼저 내보내 주세요. 이분이요….”

8일 오후 발생한 전북 군산 앞바다 어선 전복 사고현장. 구조대가 선체로 진입했을 때 2시간 가까이 배 안에 갇혀 있던 선원들은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그 절박한 순간에도 연장자가 먼저 구조되도록 배려했다. 군산해양경찰서는 9일 “사고 당일 구조대가 선체에 진입했을 때 선원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나이 많은 선배 선원을 먼저 챙겼다”고 밝혔다.

전복 사고가 난 시간은 8일 오후 7시13분쯤.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12㎞ 해상에서 7.93t급 새우잡이 어선인 진성호가 바지선을 끌고 가던 118t급 예인선의 줄에 걸려 뒤집어졌다. 당시 선장 권모(56)씨는 조타실에 있었고 선원 4명은 선실에서 휴식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공용채널로 사고 소식을 접한 군산해경 구조대는 오후 7시58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생존자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뒤집힌 어선에 올라가 수차례 선체를 두드리던 중 사람들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구조대가 사람 숫자대로 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하자 ‘탕’ 하는 소리가 4번 전해져 왔다.

구조대는 선원들을 안심시키고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전복된 어선에서 쏟아진 그물이 선내 진입 입구를 막은 상태였다. 구조대는 일일이 그물을 끊어가며 진입로를 확보했다. 사고 후 2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9시10분쯤에야 1명이 통과할 만큼 좁은 통로가 마련됐다.

김효철(31) 순경은 산소통 여분을 준비하고 통로를 지나 에어포켓(침몰한 선박의 선체 내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에 피해 있던 선원들을 찾아냈다. 바닷물은 이미 가슴까지 차올라 있었다.

김 순경은 “통로가 좁아 한 명씩 나가야 합니다. 모두 책임지고 구조하겠으니 안심하세요”라고 말한 뒤 서둘러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16분 뒤 선원 이모(59)씨가 처음으로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선원 김모(58)씨와 이모(46)씨, 서모(42)씨가 18분 사이 차례로 구조됐다. 이날 비번이었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 구조보트에 탑승했다는 김 순경은 “한 사람씩 차례로 나와야 하니 순서를 정해 달라고 하자 선원 모두가 연장자에게 양보하는 가슴 찡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해경의 발 빠른 대처로 실종됐던 선원 5명 가운데 4명은 2시간31분 만에 구조됐다. 하지만 선장 권씨는 9일 오후까지도 실종 상태다. 해경은 권씨를 찾기 위해 이틀째 인근 해역을 수색하는 한편 예인선 선장과 구조된 선원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