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만나는 리커창… 反美동맹 ‘러브콜’

입력 2018-07-10 04:02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도착해 독일 정부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리 총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신화뉴시스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중국이 유럽연합(EU)과 연대해 미국에 대응하는 ‘반미 연합’을 구축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홀로 맞서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국가들은 또 다른 패권국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제안에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개국 모임인 ‘16+1’ 정상회의를 마치고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리 총리는 이번 독일 방문 기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미국에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EU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비상이 걸려 있다. EU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면 2940억 달러(약 327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처지가 비슷한 유럽과 손을 잡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리 총리는 앞서 ‘16+1’ 정상회의에서 “CEEC 국가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중국의 개방 확대를 약속하며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는 EU 국가 정상들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참석하는 중·EU 정상회의가 열린다. 중국은 이 회의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EU의 경계심을 낮추고 미국에 대항하는 ‘반미 연합’을 구축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럽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EU 투자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식의 투자협정 제안을 통해 유럽에 손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EU는 이런 식의 투자협정이 중국과의 ‘동맹’ 형태로 비쳐질 수 있어 부담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화권 매체들은 EU가 중국의 폐쇄성이나 패권 확장 등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어 중국의 ‘반미 동맹’ 전략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EU가 중국 편을 들기를 바라고 있지만 EU는 이러한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명보도 “미국과 유럽은 형제 사이의 분쟁에 불과하다”며 “EU는 중국의 폐쇄적인 시장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으며, EU의 대중국 인식은 미국보다 훨씬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