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날선 ‘기무사 공방’…민주당, 해체 수준 개혁 필요 vs 한국당, 문건 공개 배후 밝혀야

입력 2018-07-09 18:14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원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 때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난 국군기무사령부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촛불집회 때 국군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계엄령을 검토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9일 여야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기무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음모론으로 규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은 한국당의 기무사 옹호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내부 문건을 지난 5일 공개했다.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 과격시위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진압할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를 계획했던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방부는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무사가 보안과 방첩이라는 고유 업무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크게 줄이고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해당 주장이 의도적인 ‘기무사 흔들기’라며 군 기밀 문건이 공개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탄핵 우려먹기에 나선 문재인정부가 이제는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몰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꽁꽁 숨겨 놓기 마련인 정보기관 문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다. 기밀문건 집단 유출의 진상도 동시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침소봉대식 쿠데타 음모론’이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혹시 모를 청와대 습격이라든지 무력시위 등을 대비해 군이 취할 비상조치가 어떤 게 있을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는 한편, 해체 수준의 기무사 개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의 계엄령 옹호가 정도를 벗어났다”며 “촛불시민을 대상으로 계엄령을 검토한 것은 헌정질서를 위협한 행위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1979년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제압한 만행이 떠올라 몸서리를 치게 된다”며 “기무사를 당장 해체하거나 대수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정치군인들에 의한 쿠데타 모의’라고 규정하며 “방첩기능을 제외한 기무사의 모든 기능을 각 군 본부로 이관하고, 방첩기능도 합동참모본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나아가 가담자에 대한 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심우삼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