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수위를 두고 이견을 빚어 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브렉시트 강경파가 결국 충돌했다. 브렉시트 협상 최종시한을 8개월 앞둔 영국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다.
브렉시트 업무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사임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에도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가 영국 정부 협상 방침으로 정해진 지 사흘 만의 일이다.
데이비스 전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은 영국의 교섭력을 약화시킨다”며 “브렉시트부 장관으로는 마지못해 징집된 사람이 아닌 열렬한 신봉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9일 도미닉 라브 전 주택장관을 신임 브렉시트부 장관에 임명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버킹엄셔주의 총리 지방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대한 내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주요 합의내용은 영국·EU 간 거주 이동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이었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이 방침에 반발했다. 내각회의 참석자 중 데이비스 전 장관을 비롯한 7명은 EU와 맺은 모든 동맹관계를 정리하자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소프트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건 똥에 광을 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는 9일 의회에서 브렉시트 방침에 대해 연설할 계획이었지만 주무부처 장관 사임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피터 본 보수당 하원의원은 “총리의 브렉시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소프트 브렉시트 반발… 英 장·차관 사임
입력 2018-07-09 18:50 수정 2018-07-09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