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브렉시트 반발… 英 장·차관 사임

입력 2018-07-09 18:50 수정 2018-07-09 21:45
올해 3월 19일 브렉시트 과도기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한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대표(왼쪽)과 유럽연합의 미셀 바르니에 대표가 기자회견에 나서며 이야기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발표한 직후 7월8일 전격 사임했다. AP뉴시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수위를 두고 이견을 빚어 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브렉시트 강경파가 결국 충돌했다. 브렉시트 협상 최종시한을 8개월 앞둔 영국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다.

브렉시트 업무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사임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에도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가 영국 정부 협상 방침으로 정해진 지 사흘 만의 일이다.

데이비스 전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은 영국의 교섭력을 약화시킨다”며 “브렉시트부 장관으로는 마지못해 징집된 사람이 아닌 열렬한 신봉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9일 도미닉 라브 전 주택장관을 신임 브렉시트부 장관에 임명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버킹엄셔주의 총리 지방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소프트 브렉시트안에 대한 내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주요 합의내용은 영국·EU 간 거주 이동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이었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이 방침에 반발했다. 내각회의 참석자 중 데이비스 전 장관을 비롯한 7명은 EU와 맺은 모든 동맹관계를 정리하자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소프트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건 똥에 광을 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는 9일 의회에서 브렉시트 방침에 대해 연설할 계획이었지만 주무부처 장관 사임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피터 본 보수당 하원의원은 “총리의 브렉시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