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적 좋아졌지만… 기대치엔 못 미쳐

입력 2018-07-09 18:42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늘어난 수주실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더구나 중국 싱가포르 등이 가격경쟁력으로 맞서면서 국내 업체들이 번번이 경쟁에서 밀려 수주를 따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은 연말까지 잡은 목표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로 잡은 73억 달러(약 8조2000억원) 중 상반기에 26척 31억4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인 82억 달러(약 9조2000억원) 중 상반기까지 총 26척, 25억4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의 수주 실적을 나타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수주 목표를 132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설정했으나 상반기 실적은 70여척 6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성적이 저조한 것은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부문의 수주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 이후 4년째 해양플랜트를 수주하지 못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수주를 가로채면서 국내 업체들이 더욱 고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이 희망을 걸었던 글로벌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아프리카 토르투 해양플랜트는 중국 코스코 컨소시엄이 수주를 따냈다. 최근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이 발주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싱가포르 셈코프 마린과 최종 후보에 올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중도 탈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현지 인력보다 인근 국가에서 조달하는 인력 비중이 커서 국내 업체와 비교하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훨씬 낮다”면서 “국내 업체 대비 입찰가가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력을 커버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주실적 악화에 따라 올 하반기엔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해양플랜트 부문 임원 30% 이상 감축을 예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