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2018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는 홈런왕 3파전이 뚜렷하다. 최정(SK 와이번스)이 29개의 홈런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같은 팀의 거포 제이미 로맥이 단 1개 뒤진 28개로 맹추격 중이다. 가장 넓은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27개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최정과 로맥의 ‘선의의 경쟁’은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백투백 홈런에서 엿볼 수 있다. 로맥이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공동선두로 올라서자마자 다음 타자인 최정이 개인 통산 300번째 홈런으로 달아났다. SK의 트레버 힐만 감독은 “최정과 로맥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즌 초 한화가 최정을 자동고의사구로 거르자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로맥이 만루홈런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2016년 40개, 지난해 46개의 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올 시즌에 홈런 페이스가 더욱 빠르다. 2016년에는 15.2타석, 지난해에는 11.5타석마다 홈런이 나왔지만 올해에는 11.3타석마다 1개씩 대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극단적인 잡아당기기가 홈런 양산의 비결이다. 최정의 홈런 29개 가운데 왼쪽 담장을 넘어간 타구가 24개다. 중월 홈런은 2개, 밀어친 우월 홈런은 3개에 머무른다.
로맥 역시 최정과 유사한 유형의 타자다. 좌월 홈런이 17개로 중월 홈런(8개)과 우월 홈런(3개)에 비해 많다. 화끈한 한방을 노리는 만큼 삼진으로 물러나는 때가 잦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최정은 전체 타석의 26.3%, 로맥은 22.9%에서 삼진을 당하고 있다.
좌타자인 김재환은 최정, 로맥과는 사뭇 다르다. 김재환의 홈런은 둘과 달리 좌우 방향의 분포가 거의 균일하다. 좌월 홈런이 12개, 우월 홈런이 11개, 중월 홈런이 4개다. 굳이 따지면 ‘스프레이형 거포’인데, 밀어서 넘긴 홈런이 오히려 근소하게 더 많다.
김재환은 최정 로맥만큼 ‘모 아니면 도’ 식의 타격을 하지는 않는다. 김재환은 둘과 비교해 타율은 높고 삼진율은 낮다. 13.5타석마다 1개씩의 홈런을 만드는 김재환은 최정 로맥보다 홈런 페이스가 떨어진다. 다만 1위 팀의 특성상 많은 타격 기회를 얻어 엇비슷한 홈런 숫자를 기록 중이다.
최정이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가면 장종훈(1990∼1992년), 이승엽(2001∼2003년), 박병호(2012∼2015년)에 이어 KBO 역대 4번째의 ‘3년 연속 홈런왕’이 된다. 김재환이 홈런왕이 되면 타이론 우즈(1998년) 이후 20년 만의 ‘잠실 홈런왕’이 된다.
홈런왕 3파전은 시즌 막판까지 많은 변수 속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최정과 김재환은 다음 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리그가 중단되지만 최정과 김재환은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로맥은 타석에서는 멀어져야 하겠지만,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2개차 3파전… 살 떨리는 화력쇼
입력 2018-07-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