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北, 해외 합작社 늘고 기업 자율성도 높아져”

입력 2018-07-09 19:47

싱가포르 비영리단체인 ‘조선교류(Chosun Exchange)’는 지난 11년간 북한 현지 방문과 싱가포르 초청을 통해 북한 주민 1300여명에게 기업가 정신과 스타트업 등의 교육을 진행해 왔다. 조선교류가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던 때였다. 당시엔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못했다고 한다. 참가자도 조선-싱가포르교류협회를 통해서 추천을 받거나 북한국가과학원 관계자로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제프리 시(사진) 대표는 8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10년간 북한은 큰 변화를 겪었다”며 “경제·경영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의가 커졌고 지인 추천을 받아 교육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평양을 방문했었다는 시 대표는 “이제는 한국에 대해 덜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해외 기업과의 조인트벤처(합작회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자율성이 생기고 북한 당국도 기업이 직접 성과에 책임을 지는 방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교육은 시장경제 원리가 기본 전제로 작용한다. 기업 이윤을 위해서는 ‘가격 책정’과 어떤 소비자를 타깃으로 제품·서비스를 생산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북한 주민을 교육할 때 가장 이해시키기 어려운 내용이다. 캘빈 추아 프로그램 매니저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의 세금 개편을 설명하면 북한 주민들은 ‘정부가 가격을 정하면 되지 않나’라고 되묻는다”며 “한국 기업이 북한과 교류할 때 가격 책정 방식이나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과 같은 부분은 북한과 너무나도 상이하기 때문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 대표는 북한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자세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과 남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살아온 방식이 다르다”며 “중국이 됐든 싱가포르가 됐든 북한 교류 경험이 있는 단체나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이해를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들과 만나 서울-평양 간 포괄적 도시협력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박 시장은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북한 사회에서 다양한 자본주의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가 북한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