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 바다 없는 충북, ‘민물고기 수산왕국’ 이끈다

입력 2018-07-10 04:00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가 쏘가리 양식 산업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난 5월 건립한 ‘쏘가리 대량생산 연구동’의 모습.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의 수산질병관리원 연구원이 수산생물의 기생충과 세균, 바이러스 등을 검사하는 모습이다.
유장열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장
매운탕으로 인기가 많은 민물고기 쏘가리는 살아 있는 작은 물고기와 새우 등만 먹는다. 양식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양식에 필요한 인공사료를 개발하지 못한데다 서식 조건을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쏘가리는 물이 맑고 큰 자갈이나 바위가 많으며 물의 속도가 빠른 큰 강의 중류 지역에 산다. 충북 단양을 관통하는 남한강은 담수지역과 여울목, 돌무덤 등이 많아 천혜의 쏘가리 서식지로 꼽힌다. 쏘가리는 가격이 매우 비싼 민물고기로 실제 충주댐 인근 음식점 등에서 쏘가리 매운탕은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충북 충주에 있는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는 살아있는 먹이만 먹는 쏘가리의 특성에 맞춰 인공 사료를 개발했다. 쏘가리 대중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1995년 쏘가리 인공부화에 성공한 내수면연구소는 2012년부터 본격적 연구에 돌입, 전국 최초로 2년 만에 100% 배합사료만으로 쏘가리를 28cm까지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4년 전용 사료 개발을 완료하면서 치어 때부터 순치(먹이 길들이기) 성공률도 2012년 17%에서 92%까지 끌어올렸다. 내수면연구소는 쏘가리 치어 사료 순치율을 높이기 위한 사육방법과 사육장치에 대한 특허도 등록해 놨다.

내수면연구소는 2016년 괴산의 한 민간양식장에서 인공사료로 순치한 쏘가리 치어를 분양해 현장적응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양식장에서 사료를 먹고 자란 쏘가리는 1년9개월 만에 650g까지 성장했다.

내수면연구소는 올 연말쯤 쏘가리의 알을 받아 부화시킨 후 어미로 키워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완전 양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쏘가리 양식 산업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6년 만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유장열(57) 내수면연구소장은 9일 “오는 12월쯤 그동안의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쏘가리 완전양식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쏘가리 양식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시범모델 양식장도 연차적으로 확대해 전국 최대의 쏘가리 특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수면연구소는 지난 5월 국비 등 20억원을 들여 1200㎡ 규모로 전국 최초의 쏘가리 대량생산 연구시설을 건립했다. 이 시설은 한 해 2t의 식용 쏘가리와 3만 마리의 치어를 생산해 주변 양어장에 제공하는 한편 쏘가리 전용사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산 쏘가리의 중국 수출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내 6곳의 민간양어장 수질 상태를 휴대폰 등을 통해 24시간 상시 확인할 수 시스템을 구축해 어류의 폐사를 예방하고 있다. 올해는 민간양어장 4곳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5년 11월 개원한 수산질병관리원을 통해 수산생물의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등에 대한 검사와 치료로 어민의 피해도 최소화하고 있다.

바다 없는 곳에서 역발상

충북의 내수면 산업은 전통적인 어업에서 웰빙·레저 관광과 접목한 농촌의 새로운 6차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수면연구소는 괴산읍 대덕리 일원 6만6700여㎡에 전국 처음으로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10월쯤에 준공되는 거점단지는 수산물 가공시설과 수산물 음식점, 쏘가리 생산 연구시설 등이 마련된다. 2019년까지 열대어·관상어 전시관, 토종어류 종자 생산시설, 냉동 창고 등이 추가로 만들어진다. 인근에는 민물고기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양식단지(4만㎡)가 들어선다. 2020년 완공될 예정인 양식단지는 쏘가리와 바다 송어 등 고부가가치 어종 양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옥천에서 문을 연 관상어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육종센터는 관상어 육종과 치어생산을 맡게 된다. 장기적으로 국내 연구진이 보유한 체세포 복제기술을 활용해 우량 관상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충북에도 어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도 3400여명(839가구)이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 일을 하고 있다. 대청·충주·괴산호와 금강·남한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로 등록된 어선만 449척에 달한다.

충북의 면적은 국토의 7.4%(7433㎢)에 불과하지만 호수·저수지·하천 등을 합친 내수면 비중은 전국의 9.3%(5만3056㏊)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다. 지난해 충북의 수산물 생산량은 2367t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27억원 가량이다. 이 중 748t(103억원)은 낚시나 그물로 강·호수에서 잡아 올렸고 나머지 1619t(124억원)은 양식장에서 생산했다.

충북에선 민물고기 중 가격이 가장 비싼 쏘가리와 메기 등의 어획량 비중이 높다. 통계청이 작성한 올해 5월 어업생산동향을 보면 쏘가리는 전국 생산량 8t 중 충북에서 3t으로 가장 많이 잡혔고, 뒤를 이어 강원(2t)과 경남(2t), 경기도(1t)의 순으로 나타났다. 메기는 전북(168t)에 이어 충북에서 57t으로 두 번째로 많이 생산됐다.

▒ 유장열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장
“고유어종 사라지는 것 방지… 관상어 산업 부활 꿈꿔”


“우리의 고유어종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내수면산업 발전에 노력하겠습니다.”

유장열(57·사진) 충북도내수면산업연구소장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다 없는 충북이 민물고기의 왕국이 됐다”며 충북의 내수면산업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유 소장은 “충북은 호수나 강, 계곡 등이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조성돼 전국 내수면의 9.3%에 달하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맑고 깨끗한 내수면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수산자원을 환경 친화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면연구소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2005년 11월 수산질병관리원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수산질병관리원은 수산생물의 기생충, 세균과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다. 2016년에는 미생물 배양보급 사업을 추진, 도내 양어장의 양식 환경개선과 안전한 수산물 생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충북 도내 6곳의 민간 양식장과 내수면연구소의 수질원격감시체계를 이용한 인터넷 기반 양어장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내수면연구소는 옥천에 관상어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육종센터를 준공했다. 전체면적 5811㎡로 센터에는 생산시설과 육종연구동, 질병연구동 등이 들어섰다. 유 소장은 “충북의 북부권(충주)은 쏘가리 등 경제성 어종을 연구하고 중부권(괴산)에는 수산식품산업단지와 내수면양식단지가 들어선다”며 “남부권(옥천)의 관상어 육종센터 등 도내 권역별로 친환경 양식시설을 건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이 높은 쏘가리에 이어 한때 충북의 수출 전략상품으로 꼽혔던 관상어 산업의 부활을 이끌 것”이라며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자원 보존과 농가의 소득증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수면산업은 현재 농업이나 축산에 비해 발전이 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도시 밀착형 관광단지 조성을 통해 충북의 새로운 신성장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충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