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공공주택 163만 가구를 공급한다. 특히 신혼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자녀수에 따라 주택구입 및 전세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을 찾아 신혼부부 및 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고 ‘행복한 결혼과 육아를 위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책에 투입되는 재정규모는 지난 정부에 비해 3배에 달한다”며 “앞으로 5년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가면 2022년에는 신혼부부 가운데 주거지원이 필요한 세대 100%를 지원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을 60만 가구에서 88만 가구로, 청년은 56만5000가구에서 75만 가구로 늘린다. 디딤돌(구입), 버팀목(전세) 대출은 자녀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행복주택의 경우 자녀가 없을 땐 36㎡만 공급받을 수 있지만 자녀가 1명이면 44㎡, 2명 이상은 59㎡까지 선택 폭이 확대된다.
국민일보는 결혼 5년차 이내 신혼부부 10쌍에게 이번 정책을 설명하고 “출산 계획을 변경해 아이를 더 낳을 것인가”를 물었다. 10쌍 모두 “일부 진전된 내용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출산을 꺼리는 건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조건도 까다롭다. 정부는 일부 공급주택의 소득 수준을 기존 70%에서 외벌이 100% 이하(맞벌이 120% 이하)로 확대했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부부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신혼부부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데 기준이 너무 낮다. 나 역시 지원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거 문제만 해결하면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란 정부의 근시안적 시각도 지적했다. 다른 부부는 “1명 더 낳아서 지원받는 돈보다 키우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책이 현장의 요구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이런 정책으로 누가 애를 낳겠느냐”면서 “노무현정부의 ‘비전 2030’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강준구 기자 y27k@kmib.co.kr
국토부 주거지원 방안 발표, 신혼부부 “그것 때문에 아이 더 낳을 생각 없다”
입력 2018-07-05 18:45 수정 2018-07-05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