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 인하를 놓고 ‘세금폭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금융소득에 기대는 은퇴생활자에 치명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2000만원인 납세자의 추가 세 부담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을 ‘연간 2000만원 초과 분리과세’에서 ‘연간 1000만원 초과 분리과세’로 낮추는 게 골자다. 현재는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에 대해 분리과세 세율(15.4%)을 적용한다. 2000만원 초과분의 경우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6∼42%)을 매긴다.
분리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내릴 경우 기존 분리과세 대상자에서 종합과세 대상자로 31만여명이 새롭게 진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려면 금융소득 외에 근로·사업소득이 연간 36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은 4600만원 이하에 대해 15% 세율을 부과한다. 모든 소득을 합쳐 4600만원이 되지 않으면 분리과세 세율(15.4%)과 종합소득세율(15%)이 차이가 없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5일 “연간 금융소득 1000만∼2000만원 구간에 속한 대다수는 은퇴 후 생활자금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이 금융소득 외에 연간 3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정당국 관계자도 “연간 3600만원을 벌려면 월 3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 경비 일을 해도 그만큼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면서 “심리적인 조세저항의 표현이겠지만 세금폭탄이란 말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연간 1000만∼2000만원 사이의 금융소득과 함께 수억원 규모의 부동산 임대소득을 올리는 은퇴자들에게나 세금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해 종합소득세 적용을 받은 9만40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만5000명은 종합소득이 4600만원 이하였다.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은 없이 금융소득만 있다고 가정하면 5만5000명은 분리과세 혜택을 받든 종합소득세율을 적용 받든 내야 할 세금은 비슷하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의 확대가 무산된 것은 앞으로 재정개혁특위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개혁특위가 각론에 치중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가 논의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세제 개편 엇박자 논란 2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내리면 세금폭탄? 일반 은퇴자는 영향 미미
입력 2018-07-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