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美 원유 금수에 ‘맞불’

입력 2018-07-06 04:01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알렉산더 판 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합의’에 잔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신화뉴시스
중동의 좁은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에 전운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원유 수입 중단 조치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은 해협 봉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스마일 코사리 사령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을 시도할 경우 우리는 원유를 실은 어떠한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의 중요한 석유 운송로다. 이란 남부가 이 해협에 접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폭 50㎞에 불과한 이 해협을 지나는 만큼 석유 수급의 전략적 요충지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세계 원유 수급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먼저 거론한 사람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2일 스위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하는데, 이란만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미 해군과 동맹국들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곳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겉으론 점잖은 표현을 구사했지만 유조선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이란의 위협은 벼랑 끝 전술로, 아직까지 이란이 초강수를 행동으로 옮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협박 카드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로 이 해협을 막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이란의 엄포만으로도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특히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할 경우 5함대가 즉각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 해군 사이에 근접 기동과 경고사격 등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유 증산 압박을 가했다. 이란산 석유 수입 중단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을 우려한 사전포석이다. 사우디와 UAE는 “증산 여력이 있다”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4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이란의 핵 활동은 항상 평화적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가 이란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이란은 미국 없이도 핵 협정에 잔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