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기업 모두 신용위험 높아진다”

입력 2018-07-05 18:51 수정 2018-07-05 22:10

올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 수준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금리가 뛰고 있는 데다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은행 15곳의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33으로 조사됐다. 2분기(27)보다 6포인트 올랐다. 카드사태가 터졌던 2003년 2분기와 3분기의 4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 신용위험지수가 높을수록 ‘지난 분기보다 신용위험이 커질 것 같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많음을 의미한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부담 증가, 지방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 등으로 가계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는 지난 3개월간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199개 금융기관의 여신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은행권이 가계의 신용 상태를 우려하는 배경에는 금리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 상환부담 추산’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구의 연평균 이자가 약 94만1000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담보대출 가구의 61.4%, 신용대출 가구의 66.5%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특히 가구주 나이가 50∼59세인 가구에서 연 이자지급액이 108만2000원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기업대출 금리를 뛰어넘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75%였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0.09% 포인트 낮은 연 3.66%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0.03% 포인트 높았지만 4월에 역전되고 나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은행들은 대기업의 신용위험 수준(7)도 지난 분기(3)보다 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글로벌 보호무역을 촉발해 국내 대기업의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30)의 신용위험도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봤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중소기업과 가계의 일반대출을 중심으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