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독 “실수해도 돼” 툭 던진 한마디에 ‘입스’가 날아갔다

입력 2018-07-06 04:00
한화 이글스의 지성준(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말 역전 3점홈런을 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지성준은 한용덕 감독의 조언과 격려 등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올 시즌 육성선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의 포수 지성준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지는 것뿐 아니라, 캐칭에도 ‘입스(불안 증세로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는 것)’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갑자기 ‘투수의 공을 놓칠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한다. 명색이 포수면서 캐처박스에 앉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입스의 원인은 조바심이었다. 2014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그는 2015년 7월 데뷔 첫 2루타를 치고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다 통증을 느꼈다. 이때 입은 부상 때문에 지성준은 2015시즌을 마치고 골반을 수술했다.

2016년은 재활로 지나갔고, 지난해에도 끝내 1군의 콜업을 받지 못했다. 드문 기회마다 많은 걸 보여주려다 보니 결과가 나빴다. ‘공을 못 받는 포수’라는 엉뚱한 괴로움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는 “육성군 숙소에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지성준을 깨운 이는 새로 한화를 맡은 한용덕 감독이었다. 한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서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지성준을 보곤 한마디 말을 툭 던졌다. “야,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네가 가진 걸 다 해 봐.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한다.” 지성준은 그 순간 뭔가가 풀렸다고 한다.

지성준은 올 시즌 팀의 1선발인 키버스 샘슨이 등판할 때마다 캐처박스에 앉는다. 묵직한 직구는 물론, 샘슨이 각도를 조절해 2가지 형태로 구사하는 슬라이더까지 완벽히 잡아낸다. 둘의 호흡은 샘슨의 탈삼진 1위 기록으로 입증되고 있다. 지성준은 ”처음엔 샘슨이 마운드에서 고개를 젓곤 했는데, 이젠 무슨 공을 던지고 싶어 하는지 서로 안다”고 했다.

수비에서의 두려움 극복은 타격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았다. 지성준은 올 시즌 5개의 결승타를 기록 중인데, 그 중 3개는 9회에 나왔다. 4월 26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양현종의 완봉승을 저지하는 역전 2타점 2루타를 쳤다. 5월 2일에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지난달 30일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을 쳤다. 3-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타순을 살핀 지성준은 “‘나까지 올 수 있을까? 넘겨버리면 끝내기 홈런인데…’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성준은 “잠들 때마다 역전타를 치는 좋은 순간들을 이미지트레이닝처럼 떠올리곤 했다”고 말했다.

타석에 들어서는 그를 향해 한 감독은 문득 하늘을 가리켰다고 한다. 홈런을 치라는 신호였다. 그때 지성준은 입스에서 빠져나오던 순간처럼 긴장이 풀렸다. 지성준은 “감독님의 ‘홈런 수신호’가 당황스러웠지만, 긴장이 풀리며 차분하게 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성준은 시즌 초와 달리 다리를 들어올리는 ‘레그킥’ 폼으로 타격하고 있다. 지성준은 “장종훈 코치님께서 ‘곧 홈런이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이었다”며 고마워했다. 개인적 목표를 묻자 지성준은 “그저 다치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뛰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