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과세 확대’ 하루 만에 제동 걸려

입력 2018-07-05 00:03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에 제동이 걸렸다. 최종 검토하고 정부안을 확정하는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동시 인상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4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인천 중구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 논의과정에서도 정부 측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피력했었다”고 전했다.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연간 2000만원 초과 분리과세’에서 ‘연간 1000만원 초과 분리과세’로 낮추는 게 골자다. 현재는 금융소득 2000만원까지는 15.4%로 원천징수하고 2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의 경우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6∼42%)을 적용하고 있다. 이자와 배당소득으로 2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사람은 대부분 고소득자라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를 1000만원으로 낮추면 그만큼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의 영향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과세 기준이 1000만원으로 낮아질 경우 약 37만명이 1342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재부는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금융자산에 매겨지는 세금을 피해 대표적 실물자산인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득세까지 올리면 고액자산가나 고소득층, 이자·배당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의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재정개혁특위에서 내놓은 구체적 내용의 권고안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