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5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부엉이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명 ‘부엉이 모임’이라고 불리는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의 모임이 논란이 되자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 진영의 당내 ‘구분 짓기’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큰 상황이다.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모임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성격을 친목 모임에 한정하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모임 소속 한 의원은 4일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하게 밥 먹는 느슨한 형태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모임 이름에 대해서도 “그런 이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이름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전해철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임의 존재를 인정하며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친목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려는 모임은 19대 국회 때도 있었다. 노영민 현 주중대사를 중심으로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모임)’라는 이름의 모임이 결성됐다. 민주당이 야당인 데다 당내에서 친문·비문 갈등이 극심하던 때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른바 비노 세력이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으로 나가면서 친문 위주로 당이 재편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 최근 이 모임에서 당대표 후보 단일화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가끔 만나 밥 먹는 모임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여당으로서 썩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일부 친목 모임에서 정치적 지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같이 움직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친목 모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전당대회가 내부 권력투쟁처럼 비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보다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종걸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 부엉이 모임에 대해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며 “우물가에 온 우리들에게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있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특정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끼리 모이는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한다”며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이 우려되고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고 적었다.
자신이 부엉이 모임 소속이라고 밝힌 박범계 의원은 이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부엉이 모임은 패권이나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적 이해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국민들이 걱정스러워한다면 적어도 전당대회까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친문·비문 등 계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선 이후 ‘신친문’ ‘범친문’ 등이 등장한 데 이어 ‘뼈문(뼛속까지 친문)’ ‘진문(진짜 친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70%가 넘는데 비문이 어디 있느냐” “친문·비문 계파 구분은 이미 극복한 낡은 구도”라는 토로가 나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러다 혈문(피를 나눈 친문)도 나오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문지기’에서 ‘부엉이’로…뼈문에 진문까지, ‘혈문’까지 등장?
입력 2018-07-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