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에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근로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예금 이자와 주식 배당금 등으로 생활을 꾸리는 은퇴생활자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 하향 조정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4일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새로운 금융소득 과세 기준안(1000만원 초과)이 적용되면 내야 할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세금을 줄이려면 어떤 금융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는지를 탐색하는 전화였다. 발 빠르게 비과세나 분리과세 상품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는 연간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의 경우 월급이나 임대소득 등 다른 모든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소득 없이 금융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경우 세금이 크게 늘어날까. 금융 전문가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김정란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팀장은 “금융소득 7000만원 미만인 분들은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해도 원천징수세율(15.4%)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자·배당소득 생활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상실, 가족의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변동도 우려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액은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산정 기준이 된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이 정부와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그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금융소득 1000만∼2000만원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되는 것이다. 자녀·배우자 등의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
만약 금융소득 외에 근로·사업소득 등이 높으면 내야 할 세금이 크게 뛴다. 최대 42%까지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연 1억50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주식 배당금 등으로 2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본다면 내야 할 세금은 264만원 정도 뛴다.
이에 따라 세금을 낮출 수 있는 금융상품이 부각되고 있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저축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상품들은 장기간 운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전문가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도 절세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억원을 연 2.2% 금리로 3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다면 1년 뒤 이자로 1117만원을 받게 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돈을 1년 만기로 굴리면 연 이자소득이 372만원 수준이라 과세를 피할 수 있다.
가족 명의로 자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안은영 신한은행 WM자문센터 팀장은 “금융소득 과세 기준에 맞춰 자산 분산이 활성화될 것 같다”며 “증여세 10%를 내더라도 과세 혜택이 더 크다면 가족 명의로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녀에 대한 증여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이고, 1억원 이하는 증여세 10%(공제율 0.5%)를 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다림을 강조한다. 과세안이 확정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개정된 세법에 맞춰 금융자산을 리모델링하라는 조언이다. 안 팀장은 “금융소득 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까지 낮춘다는 논의는 이미 2016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법 개정 과정을 지켜본 뒤 올 연말부터 바뀌는 세법에 맞춘 상품들이 나오면 자산을 재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은행에 문의 전화 쇄도… 청와대 청원까지
입력 2018-07-0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