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래의학 포럼] “디지털 기기 나와도 법·제도가 막아”

입력 2018-07-06 04:00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왼쪽)과 신수용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가 5일 열린 미래의학포럼에서 주제발표 후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의료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거 증상이나 신체적 이상함을 느꼈을 때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았다면 이젠 증상을 느끼기 전에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하고 건강 변화를 포착해 예방한다. 최근에는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상 요인을 제거하는 시대가 됐다. 환자의 개념도 달라졌다. 이제 질병을 가진 사람이란 환자의 개념을 넘어 의료서비스 이용자 혹은 소비자라는 표현이 포괄적으로 쓰인다. 증상이나 질환을 갖진 않았지만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질병의 예방과 건강관리라는 확장된 의료서비스 영역의 성장이 더디기만 하다. 일련의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각종 진단 및 검사, 관찰이 가능한 첨단 의료기기 개발과 혁신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서다.

5일 열린 미래의학포럼 ‘첨단 의료기기 산업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진행된 토론장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거에 머물고 있는 법과 제도가 의료기기산업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대표격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적 변화로 달라지고 있는 의료 흐름과 소비자 요구가 결합하며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법·제도가 이를 제대로 정의하고 구분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했다. 새로운 개념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뤄진 첨단 의료기기산업 분야의 규제 개혁 사례를 소개하며 ‘탈제품화’ ‘자격인증’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기기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했다.

최 소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사전인증(pre-certify)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혁신적 기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국가가 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은 어디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한의 규제로 혁신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AI와 빅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의료정보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한 신수용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건강 데이터가 활발히 공유될수록 보건의료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의료정보, 건강정보, 정보보호의 개념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