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하나님에게 인격권이 있다고?… 서울동부지법 “장길자 음성 반복 재생은 인격권 침해” 판결

입력 2018-07-05 00:03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 피해자들이 2016년 경기도 성남 복정동 거리에 설치한 홍보물. 하나님의교회피해자 가족모임 제공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가 ‘어머니 하나님’으로 떠받드는 장길자(75·여)씨에게 인격권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0부(판사 현용선)는 장씨가 하나님의교회 피해자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모씨가 반복적으로 녹음 음성을 틀어 장씨의 음성권, 인격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1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월 서울 인천 등 시위현장 7곳에서 장씨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재생하며 장씨가 보통사람처럼 전화 통화하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음성을 다수의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재생한 행위는 장씨의 음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장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김씨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음성권은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인격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도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하나님의교회와 김주철 총회장이 함께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선 피해자 김씨의 비판 행위가 헌법상 두텁게 보장되는 종교비판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기각했다.

이덕술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서울소장은 “이번 사건은 자칭 하나님이 법정에서 인격권을 인정받겠다며 인간과 법적 다툼을 벌인 것”이라며 “이것만 보더라도 장씨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며 ‘어머니 하나님’은 가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하나님의교회가 이단종교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