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건의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은 오랫동안 찬반 논란을 불러왔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자산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보다 파급 범위도 넓다. 그만큼 조세저항이 클 수 있다. 정부가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에 제동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를 바탕에 깔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4일 재정개혁특위가 제출한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권고안에는 지난달 22일 재정개혁특위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이 담겼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대로라면 연간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은 분리해 사업·근로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한다.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4년 당초 4000만원이었던 종합과세 기준액을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이후에도 추가로 기준액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올해에도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분리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선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우선,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 금융자산에 투입돼야 할 돈이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으로 쏠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유인하겠다는 보유세 강화 정책의 목표와 충돌을 일으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보유세와 금융소득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것은 상당수 국민의 세 부담 증가라는 측면에서 껄끄럽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비중이 40대 60 정도인데 이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에 담긴 종부세 강화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권고안에는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반영 비율)을 현행 80%에서 매년 5% 포인트 올리는 방법이 제시됐다. 그만큼 과세표준이 높아져 증세 효과가 생긴다. 과세표준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세율도 구간별로 0.05∼0.5% 포인트 인상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의 인상은 재정개혁특위가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한 만큼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증세다. 재정개혁특위는 종부세 개편 논의 과정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세율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했었다. 재정개혁특위 관계자는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임대소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따로 적용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30억원짜리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보다 3억원짜리 주택을 3채 보유한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형평에 맞느냐는 지적이다. 다른 재정개혁특위 관계자는 “정책 목표는 서울 강남의 다주택자를 잡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나머지 지역 주택시장을 더 침체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찬반 의견을 종합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6일 종부세 정부안을 먼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종부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시장 충격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할 수 있는 점진적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중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개편안도 함께 공개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종부세와 EITC 개편안이 먼저 윤곽을 드러내는 셈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종부세·금융소득세 동시 강화 파급효과 커 부담
입력 2018-07-0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