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 여유자금 16.9조… 집 사느라 역대 두 번째 ‘최저’

입력 2018-07-05 04:03

한국의 가계가 정부와 미국의 ‘돈줄 죄기 규제’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재테크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틈바구니에서 ‘막차 분양’ 물량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실탄을 쌓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1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6조40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1분기를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14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액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등으로 굴리는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다. 일종의 여윳돈인 셈이다. 통상 1분기는 이사 비수기 등의 계절적 특성 때문에 가계 순자금운용액이 많은 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분기 평균 순자금운용액은 25조9000억원 정도였다.

올해 1분기에는 가계가 빌린 돈이 줄긴 했지만 굴리는 돈도 축소된 탓에 여유자금이 크게 늘지 못했다. 막차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돈을 집 사는 데 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분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23만3000가구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19만8000가구, 지난해 1분기 19만9000가구보다 많았다.

여기에다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1분기에 가계·비영리단체가 예금취급기관에 맡긴 단기저축성예금은 16조219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0조1510억원) 대비 6조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4분기(7조1350억원)와 비교하면 9조원이나 증가했다. 장기저축성예금 증가액 3조8490억원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데 대비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재테크 실탄’을 쌓아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순자금조달액은 지난해 4분기(1조2000억원)보다 확대된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경우 투자를 늘리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규모가 자금운용액보다 많기 때문에 순자금조달액 통계를 뽑는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