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리를 걸어 버렸는데….”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지난달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보던 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들 기성용이 멕시코의 엑토르 에레라에게 다리를 걷어차여 쓰러지고 있었다.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한국 선수들이 잠시 주심을 바라보는 사이 멕시코는 역습을 펼쳐 추가골을 넣었다.
기 단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런 플레이에 파울을 안 불어주면 어떤 걸 불어주나 싶었다”며 “1000% 파울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기 단장에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에레라의 태클로 인한 아들의 부상이었다. 기성용은 절뚝이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기 단장은 “성용이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내려놓겠다는 뉘앙스를 풍겼었다”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다치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기 단장은 독일전이 열린 카잔 아레나도 찾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주장 완장을 찬 아들을 볼 수 없었다. 기성용은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월드컵을 끝냈다. 기 단장은 “성용이는 벤치에 있었지만 마음으로 함께했을 것”이라며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으로 끝까지 뛴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 단장이 말하는 기성용은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큰 선수다.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 기간 내내 선수단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고, 경기 중엔 동료를 괴롭히는 상대와 신경전을 벌였다. 기 단장은 “성용이는 유럽에서 소속팀을 고를 때에도 대표팀에 많이 나갈 수 있는 팀을 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있던 기 단장은 괜한 부담을 우려해 기성용을 대면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성용이 귀국한 뒤에도 부자(父子)는 전화통화만 짤막하게 주고받았다. 기성용은 “다녀왔습니다. 뉴캐슬로 이적하게 됐습니다”라고 했고, 기 단장은 “잘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기성용은 지난달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100경기를 경험, 센트리클럽에 가입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된 기성용에 대해 기 단장은 “본인이 스스로 열심히 해서 오늘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오프시즌에도 시즌처럼 운동한다. 기 단장은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성용이는 진정한 프로”라고 칭찬했다.
아버지는 국가대표 아들이 특히 자랑스러웠던 순간으로 2가지 장면을 꼽았다. 하나는 2008년 9월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과의 경기였다. 대표팀의 막내였던 기성용은 0-1로 끌려가던 경기 후반전에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기성용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또 하나의 멋진 장면은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의 어시스트 장면이었다.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기성용은 전반 7분 만에 그리스를 상대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정수의 골로 연결되는 프리킥을 차올린 것이다. 이는 아직 한국이 월드컵에서 기록한 최단시간 득점으로 남아 있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많이 뛰어야 한 5년 남지 않았겠느냐”며 “건강하게 뉴캐슬에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아들에게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성용이가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인터뷰] ‘기성용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 “멕시코 에레라의 태클은 1000% 파울”
입력 2018-07-0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