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하드디스크 등 자료의 임의제출을 요구한 지 14일 만인 3일 법원행정처에서 이를 건네받기로 했다.
다만 하드디스크 실물을 통째로 넘겨받는 게 아니라 대법원 청사로 가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수집·분석)으로 파일을 추출해야 한다.
김창보 행정처 차장은 법원 내부망에 입장문을 올리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대법원 청사 내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행정처 관계자 입회하에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수사팀의 하드디스크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행정처에 양 전 대법원장 등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건 410개 파일만 제출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및 비밀침해 관련법 위반 가능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청한 자료를 모두 넘기기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영구삭제)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2주간 검찰과 행정처는 자료 제출 방법을 논의해 왔다. 행정처 관계자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를 시도한 뒤 수사 범위에 포함되는 자료를 이미징(복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일 디가우징된 하드디스크가 복구되지 않으면 검찰이 실물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 차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증거인멸 의혹을 일축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 폐기는 통상의 업무절차에 따른 절차였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 차장은 “공공기록물의 경우 전자문서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폐기와 관련한 별도의 결재절차가 없으므로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소영 당시 처장은 디가우징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에 관여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檢, 조만간 ‘재판거래 의혹’ 하드디스크 복원·복제
입력 2018-07-03 21:40 수정 2018-07-03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