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로 침몰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인물과 정책에서 진보 진영으로까지 스펙트럼 확장을 검토하며 활로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위기를 수습할 혁신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진보 정치학계 원로 최장집(75) 고려대 명예교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책과 당 방향에서도 보수 색채를 뺀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수와 진보를 망라해 여러 후보군이 추천됐다. 최 명예교수와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 등도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김대중정부 시절 1년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고 2013년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의 정책 싱크탱크 ‘내일’ 이사장을 석 달간 역임했지만 보수 정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수가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면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개혁과 분배의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석좌교수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보수 진영에 날카로운 비판과 조언을 해왔다.
이밖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이국종 아주대 교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종인 전 의원,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소설가 이문열씨 등 유력 인사들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비대위 준비위는 당 혁신과 화합, 경제 분야 전문성 3가지 기준을 놓고 후보군에 있는 인사들을 저울질하고 있다. 준비위 관계자는 “만약 괜찮은 비대위원장 후보가 경제 분야 전문성이 약할 경우 전문성 있는 비대위원을 선임해 보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8일까지 당 홈페이지에서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후보에 대한 대국민 공모 작업에 들어갔다. 당은 다음 주 중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하고 17일쯤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비대위원장 인선과 발맞춰 정책 분야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영국 보수당 사례처럼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노선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반발과 구인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벌써부터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 반발 기류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장 인선안이 전국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2년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20대 총선 패배 직후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전국위를 열었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됐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사 상당수도 고사의 뜻을 밝혔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비대위원장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제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도 후보 거론에 대해 “농담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진보 거두’ 최장집에도 러브콜… “실용주의로 가자”
입력 2018-07-0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