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희롱 은폐·축소한 간부 공무원 징계

입력 2018-07-03 19:01
관리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면 징계를 받게 된다. 대학 내에는 성폭력 담당기구가 생기고 문화예술계에서는 성폭력 피해 신고 창구가 늘 운영된다.

여성가족부는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보고했다.

성폭력 은폐·축소 관리자 징계 규정 마련을 추진하는 데는 여가부가 지난 4월 23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부문 온라인 조사결과의 영향이 크다. 당시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성폭력 발생 시 ‘적절히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로 ‘기관 측의 축소·은폐로 공정한 처리가 어렵고 2차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는 답이 60%를 차지했다.

보완대책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부서장 등 관리자는 맞춤형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 등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된다. 경찰교육원, 경찰수사연수원, 중앙경찰학교에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과목을 신설한다.

민간 사업장에는 근로감독관을 늘려 성희롱·성차별 감독을 강화한다.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을 개정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 감독도 제도화 한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구성케 할 계획이다.

교육부문에서는 고등교육법을 고쳐 대학 내 성폭력 담당기구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사립학교 교원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국·공립학교 교원과 같은 수준의 징계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신고상담창구를 상시 운영하고 그동안 특별신고·상담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분석해 백서를 만들 예정이다.

정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행정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예방교육 강화 등을 위한 법률 개정은 답보상태다. 관련 법안 19개 중 17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법정형을 징역 5년 이하에서 징역 10년 이하로 높이는 안과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자격 기준 강화 조항 등이 담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 개정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