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장점은 묻히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순환출자구조를 지닌 일반 대기업집단보다 총수 일가에 대한 감시 장치가 더 허술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SK, LG, GS 등 18개 지주회사 대기업집단의 배당 외 수익 비중(43.4%)은 배당 수익(40.8%)보다 많았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배를 위해 세워진 회사다. 자회사들의 배당금이 주된 수입원인 게 정상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집단 지주회사들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 건물 임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배당 외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고스란히 지주회사의 대주주인 총수 일가에게 흘러들어간다. 조사대상 18개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5%로 일반 대기업집단(14.1%)의 4배에 달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의 배당 외 수익 거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대부분 50억원 미만 규모라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는다.
또 지주회사들은 자회사 밑에 손자회사를 많이 만들어 지배력을 확대하고 지주회사 수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18개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소속 회사 수는 2006년 평균 15.8개에서 2015년 29.5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회사 수는 9.8개에서 10.5개로 소폭 늘어난 반면 손자회사는 6.0개에서 16.5개로 껑충 뛰었다. 총수 일가의 자본이 투입된 지주회사가 직접 지분을 사들이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손자회사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급격히 늘렸다는 의미다. 일반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최근 5년간 99.9% 줄어드는 등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데 비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대기업집단의 출자단계는 최근 5년간 3.07단계에서 3.90단계로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지분율을 상향 조정(비상장사 40%→50%, 상장사 20%→30%)하거나 부채비율 한도를 하향 조정(200%→100%)하는 규제 강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공정위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태스크포스(TF) 논의, 토론회, 간담회 등으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지주회사, 총수 일가 사익편취 수단 전락
입력 2018-07-0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