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김지은(33)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3개월 만에 포토라인에 섰다. 안 전 지사 측은 첫 재판에서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안 전 지사는 재판을 5분 정도 앞두고 법원에 도착해 입을 굳게 닫은 채 들어갔다. 앞서 참석 의사를 밝힌 김씨도 방청석 첫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공소장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했다”며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피해자에게 술과 담배 등 심부름을 시켜 늦은 밤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김씨가 앞서 운전비서에게 성추행당한 후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는 사실도 조직 내 위계질서를 보여준다고 검찰은 봤다. 검사가 공소장을 읽기 시작하자 안 전 지사는 안경을 벗고 눈을 감았다.
특히 검찰은 둘 사이에 애정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출장 건은 피해자가 일한 지 26일 만에 일어나 그새 이성적 호감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력형 성범죄의 특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은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반성하지만 범죄 성립 여부는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격의 위력은 없었다”며 “피해자는 혼인 경험이 있고 학벌 좋은 스마트한 여성인데 그런 주체적인 여성의 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두가 노(no)라고 말할 때 예스(yes)라고 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행비서 매뉴얼에 대해서는 “비서의 적극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오는 6일 비공개로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김씨를 상대로 피해자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달 중순까지 집중심리한 후 다음 달 전에 선고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사냥꾼처럼 덫 놓고 방으로 피해자 불러” vs “학벌 좋은 스마트한 여성… 위력 없었다”
입력 2018-07-02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