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할퀸 ‘비의 神’ 장마전선 만나 물폭탄

입력 2018-07-03 04:00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하면서 2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포구 해안가에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3일 오후 부산 동남쪽 해상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태국어로 ‘비의 신’을 뜻하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한반도에 장대비를 세차게 쏟아붓고 있다. 다행히 초기 예상 경로를 벗어나 한반도를 살짝 비켜갈 전망이지만 3일 제주도와 경남 해안지방은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쁘라삐룬이 3일 오전 제주도 동쪽을 지나 이후 일본 쓰시마섬 부근으로 통과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당초 3일 부산 앞바다를 가까이 통과할 것이라는 예보를 수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 서쪽은 비 피해지역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태풍이 갑작스레 방향을 튼 건 한반도 서쪽에 자리 잡은 상층 기압골 때문이다. 태풍의 초기 이동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압골의 영향으로 이동경로가 바뀌었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동경로나 속도가 불규칙한 것을 볼 때 정상적인 태풍은 아니다”면서 “태풍에 영향을 미치는 북서태평양 쪽 기압 배치가 변동이 심해 태풍이 방향을 꺾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독 많은 비를 쏟아부은 것 역시 이번 태풍의 특징이다. 쁘라삐룬과 장마전선이 겹치며 2일 새벽까지 최근 사흘간 남해안에 300㎜ 넘는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열대 해상으로부터 많은 수증기를 가지고 북상해서다. 안 교수는 “태풍을 크게 우(雨·비)태풍과 풍(風·바람)태풍으로 분류하는데 쁘라삐룬은 전형적인 우태풍”이라면서 “우태풍은 8∼9월에 발생하는 다른 태풍과 달리 장마전선과 부딪혀 일반적인 태풍보다 더 많은 비를 내린다”고 말했다.

태풍 경로가 동쪽으로 갑작스럽게 꺾이면서 피해는 예상보다 덜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포함한 서쪽 지방 대부분은 태풍 영향권을 피하게 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만 “폭우 수준은 피하겠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경남 해안 지방에서는 풍랑이나 너울이 발생,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조수와 겹치면 지역에 따라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도의 경우 3일 쁘라삐룬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다. 같은 날 오후부터 밤사이에 경상 남해안 지역이 태풍의 영향 아래 놓인다. 기상청은 이 지역에 150㎜ 이상의 강수량을 예상하면서 전국적으로는 50∼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봤다. 호남 지역에도 20∼60㎜의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쁘라삐룬은 4일 오후 동해상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면서 차츰 위력이 떨어져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