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성향의 정당들이 뭉쳐 입법 공조를 펼치자는 취지의 ‘개혁입법연대’ 추진 여부를 놓고 여야 각 정당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개혁입법연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는 필요하지만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은 ‘입법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 참여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린다.
개혁입법연대는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달 22일 박지원 평화당 의원이 제안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박 의원은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157석이 된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원 구성에 협조하지 않으면 단독 개혁벨트를 구성해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의당도 개혁입법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개혁추진 세력이 국회 내 안정적 과반을 차지한 만큼 더 이상 제1야당 탓만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민주당은 개혁입법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에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합하면 최대 157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내 과반 의석을 토대로 각종 개혁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주요 개혁입법 과제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개혁입법연대가 조기에 출범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민주당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후반기 원 구성을 협상할 시기이지 개혁입법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면서 “원 구성 협상이 끝나야 논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개혁입법연대라는 또 다른 대립 요인이 생기는 것도 달갑지 않다. 평화당이나 정의당이 개혁입법연대를 원 구성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한국당은 개혁입법연대를 ‘입법 독재’로 규정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국민의당 출신인 주승용 의원이 최근 개혁입법연대 동참을 주장하자 바른정당 출신인 이지현 비상대책위원은 “개혁입법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바른미래당까지 동참해 개혁입법연대가 184석을 확보하게 되면 여당은 개혁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범여권에서는 일단 개혁입법연대가 출범하면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도 동참하는 의원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다수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고, 설득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판 이형민 기자 pan@kmib.co.kr
셈법 복잡한 ‘개혁입법연대’ 민주 “아직은…” 한국 “안 된다”
입력 2018-07-02 18:38 수정 2018-07-02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