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60명 규모 TF 구성 세월호 사건에 관여”

입력 2018-07-02 18:35 수정 2018-07-02 21:02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가 2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관련 TF 조직도. 국방부 제공
기무사 TF의 문건들. 국방부 제공
기무사 TF의 문건들. 국방부 제공
기무사 TF의 문건들. 국방부 제공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침몰 사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으며 진보진영 집회에 대응하는 ‘맞불집회’를 열 수 있도록 관련 집회 정보를 보수단체에 제공했다. 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파악하는 등 민간인 사찰 혐의도 확인됐다. 군 조직이 세월호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는 조사 결과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는 2일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는 세월호 침몰 12일 후인 2014년 4월 28일 관련 TF를 조직했다. 그해 5월 13일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에게 TF장을 맡기고 기무부대원 60명을 투입하는 조직으로 확대해 6개월간 TF를 운용했다.

‘○○○ 회장의 좌파 활동정보 요청 관련 협조 결과’라는 제목의 기무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진보단체의 집회 일시, 장소, 참가 인원 정보를 보수단체에 제공했다. 기무사가 “적시 대응이 곤란하다”는 보수단체 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한 예비역 단체를 이끄는 인물이다. 검찰도 이와 관련한 범죄 혐의를 잡고 최근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확대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보수단체의 집회정보 제공 요청은 세월호 사건 전에 이뤄졌다”며 “여러 차례 관련 집회정보가 보수단체에 제공됐다”고 말했다.

기무사 TF는 또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고했다. 문건은 정부가 유가족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실업급여, 생활안정자금, 법률상담, 가족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나칠 정도의 요구사항도 유가족 반감 및 부정적 언론 보도를 우려,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수용’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토 의견에서 ‘유가족 스스로 분별없는 요구를 하지 않도록 국민적 비난 여론 전달’이라고 썼다. 기무사 TF는 다른 문건을 통해 탐색구조 작업을 끝내도록 유가족을 설득하는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기무사 TF는 실종자 가족의 경력과 성향도 보고했다.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문건은 당시 가족대책위에서 활동했던 A씨 성향을 ‘강경’으로 분류하고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방글’을 인터넷에 게시했다는 점도 표시했다. 또 ‘B씨, C씨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태로, 심리 안정을 위한 치료대책 강구 필요’라는 내용을 적었다.

기무사 TF는 전남 진도의 팽목항뿐 아니라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에 요원을 배치해 일일보고를 하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현장방문 내용을 보고하기도 했다.기무사는 또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에 복수의 예하부대 소속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기무사 TF 활동을 누가 지시했는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인 정보 수집은 기무사의 업무 영역을 규정한 기무부대령을 위반한 것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민간 검찰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국가 공권력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군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