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야 노동변호사 출신 대법관 나온다

입력 2018-07-02 18:07 수정 2018-07-02 21:19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개혁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노정희 법원도서관장(54·19기)이 2일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다. 두 사람이 임명되면 전체 대법관 구성이 과거에 비해 진보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김 변호사와 노 도서관장, 이동원 제주지방법원장(55·17기) 대법관 후보 3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다음 달 2일 퇴임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후임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 3인이 사회 정의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등 자질은 물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청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판·검사 경력이 전혀 없으면서 ‘대한민국 대표 노동변호사’로 불리는 김 변호사다. 전북 진안 출생인 그는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뒤 30년간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이 대법관 후보가 된 것은 처음이다. 김 변호사는 2010∼201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냈다.

그는 특히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으로 일했다.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서 통진당을 변호했다. 이 때문에 최근 대법원이 후임 대법관을 물색할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실제 제청은 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대법원’과 김 변호사의 ‘이념’이 달라 번번이 물먹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변호사가 대법관이 되면 최근 민변 출신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는 ‘민변 강세’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된다.

광주 출신인 노 관장은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 출신으로는 처음 대법관에 임명 제청됐다. 호남 출신의 여성 법관으로서 김 대법원장의 ‘대법관 다양화 구상’에 알맞은 인물이라는 평이다. 노 관장은 어머니 성을 따른 자녀도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고,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 여성에 대해 사회복지법인이 보호 및 고발 의무를 가진다는 판결도 내렸다.

서울 출신의 이 법원장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직위 상실 판결을 내리고 ‘종북 논란’을 일으켰던 신은미씨의 국외 추방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법원장을 제청함으로써 진보적 성향의 김 변호사, 노 관장과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해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서오남)’ 또는 법원행정처 출신의 엘리트 법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세 사람이 임명되면 대법관 13명의 이념별 구성은 진보 7명, 중도 2명, 보수 4명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사법권력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13명 중 7명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된다. 여성 대법관이 모두 4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여성 비율을 기록하게 된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3명 중 2명이 개혁적 인사로 분류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사법부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 대법관 코드 인사를 중단하라”며 이들의 임명 제청 철회를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