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같은 이방인 돕는 것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 명령”

입력 2018-07-03 00:03
조너선 봉크(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 명예원장) 박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제주도 예멘 난민문제를 바라보는 교회와 크리스천 시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공동체 안으로 외부인이 들어오는 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을 돌보고 돕는 것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크리스천은 이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너선 봉크(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 명예원장) 박사는 최근 논란이 된 제주도 예멘 난민문제에 대해 ‘당연함’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생활 터전에 불쑥 들어온 이방인을 마주하는 것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그 대상이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크리스천으로서 손을 건네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세계선교대회 주제 강연을 위해 방한한 봉크 박사는 비서구권 국가 선교 연구에 집중해 온 선교 전문가다. 논문과 저서를 통해 복음과 윤리, 선교와 폭력 등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설파해 왔다.

난민문제에 관한 두 번째 키워드는 ‘존재 이유’였다. 봉크 박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는 나라와 민족을 보호하는 것에 있지만 크리스천은 국민이기 이전에 나보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것이 존재 이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완다와 수단이 내전을 겪을 때 140만명 넘는 난민이 우간다로 유입됐습니다.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우간다 사람들의 대응은 놀라웠습니다. 내전이 장기화되자 우간다 농부들은 난민에게 땅을 나눠주면서 함께 농사를 짓게 했습니다.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한국은 2020년이면 국내 이주민 비율이 5%를 초과해 다문화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언어·외모·문화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봉크 박사는 “사회 구성원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소요 시간은 제각각”이라며 “국내로 들어온 이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첫 단추”라고 조언했다.

연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선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크 박사는 “통일은 하루아침에 닫혔던 문을 연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2∼3세대에 걸쳐 차분하게 이끌어가야만 온전한 하나 됨을 이룰 수 있다”며 “북한을 상생·협력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중국교회나 북·중 접경지역 선교사, 러시아정교회 등과 협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선교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역사와 교회 부흥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소외된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건네는 열정적인 한국인 선교사들을 세계 교회가 주목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