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총’ 창립 48년 만에 최대 위기

입력 2018-07-03 04:00

노사문제에서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1970년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송영중 상근부회장의 해임을 둘러싸고 조직 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배(사진) 전 상근부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격려비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전 부회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시절 경총의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 총회 보고나 승인 절차 없이 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유용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민간기업에서는 특별상여금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사업수익을 빼돌려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절대 공금을 착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4년간 경총 부회장을 역임한 김 전 부회장은 올해 2월 퇴임했다. 그는 퇴임 과정에서 정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경총을 위해 구체적인 것을 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부회장 재임 시절 회계 관련 의혹은 송 부회장 해임을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경총은 3일 임시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 해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회원사들은 송 부회장 해임 쪽의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비로 운영되는 경총에서 회계 관련 의혹이 불거진 만큼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 출신인 송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경총 내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4월 말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경총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경총은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려고 했으나 송 부회장이 결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5월 경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재계는 국회 논의를,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주장하던 상황에서 경총이 노동계와 같은 입장을 취한 셈이다. 논란이 되자 경총이 하루 만에 국회 논의로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경총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급기야 송 부회장은 6월 초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 회원사는 송 부회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경식 경총 회장은 “회원사에 물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하자 송 부회장은 경총을 “적폐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경총 사무국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3일 임시총회에서 송 부회장 해임이 결정되더라도 사태가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부회장은 총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되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