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명수 대법원’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찰 대상이었던 현직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지우는 것)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공개 요구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사찰 문건 확인 이후 대법원의 추가 조치가 없었던 데 대한 의혹도 커졌다.
차성안(41·사법연수원 35기) 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 전산망과 페이스북에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관련 행정처 질의사항’이란 글을 올렸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김소영 대법관을 상대로 “두 분께서 하드디스크의 디가우징 결정 및 집행을 사전에 보고받아 알고 계셨느냐”며 “알고도 처리를 용인한 경우 그 이유를 알려 달라”고 촉구했다. 차 판사는 “디가우징이 이뤄진 지난해 10월 말은 양 전 대법원장의 (관련 의혹에 대한) 관여 여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온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의혹이 법원 내부에서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차 판사는 행정처 사찰 대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자 사찰 피해자다.
대법원이 하 전 회장·대한변협 사찰 문건 작성자, 이를 지시한 상급자에 대한 내부 조사나 징계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 대법원장은 2일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사찰 문건을 보고도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을 내고 “법원의 변협 압박 방안은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며 “문건 관련자 명단 및 사실 관계, 관여 정도 등을 밝히고 국민과 변호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행정처는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행정처는 410개 문건 원본파일과 조사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기에 (각종 의혹을) 은폐하고자 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증거 자료 수집을 위해 대한변협에 2012∼2017년 대법원의 대한변협신문 광고게재 현황,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 예산 지원현황 등을 요청했다. 아울러 대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410개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에 언급된 인사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하드 디가우징 보고 받았나… 번지는 ‘김명수 책임론’
입력 2018-07-0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