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뒷받침하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끝내 효력을 잃었다. 글로벌 금리 상승, 국제 무역전쟁 격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부실기업 처리에 ‘입법 공백’이 생겼다. 국회가 공전을 멈추고 법안 보완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기업구조조정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기촉법 실효는 비상 상황”이라며 “국회 및 금융권의 적극적 관심과 검토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기촉법의 효력은 지난달 30일 끝났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 워크아웃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을 위험에 빠졌다.
기촉법은 부실기업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회생 가능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상시법으로 만드느냐 폐지하느냐’를 놓고 수차례 진통을 겪었다. 기촉법 실효는 이번이 네 번째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 4월 기촉법 연장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공전으로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워크아웃 제도가 사라지면 기업의 선택지는 자율협약이나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좁혀진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해 조건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대거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정관리는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75%의 동의만 있으면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금융위는 혼란을 막기 위해 채권금융기관 전체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운영협약을 만들어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최대한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 억지로 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워크아웃에 준하는 수준으로 기업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법적 근거가 없다. 김 부위원장은 “채권금융기관들이 채권 회수만을 위해 ‘무임승차’ 행태를 보이다가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파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기촉법에 부정적이다. 금융 당국이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좌지우지한다고 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이학영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기촉법을 예정대로 폐지하고 회생법원과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공감하지만 자본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한국의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 노사관계 등을 감안할 때 기촉법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워크아웃은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수주산업의 경우 법정관리를 가게 되면 수주가 다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은 아직 효율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지난달로 만료, 부실기업 처리 빨간등
입력 2018-07-0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