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몰카 공포… 불법영상 유통구조 척결해야

입력 2018-07-03 04:04
한국 여성의 ‘몰카 공포’는 한계 수위를 넘어섰다. 공중화장실 칸막이의 작은 구멍에 휴지가 꽂혀 있다면 카메라 렌즈가 들어 있을까봐 누군가 막아놓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송곳과 글루건(실리콘 접착제)을 휴대하는 이들도 있다. 집 밖 화장실에 갈 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방법은 이미 보편화됐다. 포털 사이트에는 몰카 탐지법과 대처법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셀 수 없이 올라온다.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면 그는 이미 범죄 피해자다. 몰카 범죄는 4년 사이 34% 급증해 지난해 6465건이 적발됐다. 이 건수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 광범위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처럼 “여성이 안심할 수 없고 편안하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야만(野蠻)”이다.

몰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갈수록 교묘해질 것이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 설치하는 변형카메라가 숱하게 개발되고 있다. 적외선탐지기 같은 맞대응 방법으론 이런 추세를 꺾을 수 없다. 몰카 촬영이 늘어나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영상이 유통되는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불법촬영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공중화장실 5만곳 상시 점검 정도였다. 변형카메라 등록제, 인공지능을 이용한 불법영상 유포 차단, 해외 서버 유통망 봉쇄 등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대책은 이제부터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여성을 조금이라도 안심시키고 야만적 범행을 위축시키려면 어떤 일보다 신속하게 또 요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몰카범 처벌은 지나치게 약했다. 2016년 기소율은 31%에 그쳤고 그중 68%가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몰카 범죄의 치명적 피해는 유포 과정에서 발생한다. 불법영상 유포자와 그들에게 유통망을 제공한 사업자를 엄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