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北 개방·협력 덕분으로 위기 덜할 것

입력 2018-07-02 18:34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오른쪽)이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향후 심각한 경제위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은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국에서 자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방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북한이 가장 먼저 개방할 분야로 ‘관광업’을 지목했다.

로저스 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삼성증권 글로벌 인베스트 포럼에 참석하기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적으로 부채 비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지난 70∼80년 동안 나빴던 상황들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경제위기에서도 한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악영향을 덜 받을 거라고 진단했다.

로저스 회장은 “스위스에서 성장했고 북한의 바깥세상을 알고 있는 김정은은 분명히 개방을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처럼 교역하는 국가들은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겠지만 한국은 북한 개방 덕분에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 벌어졌던 일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고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통일비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일부 한국인은 북한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남한과 북한의 군비 절감 등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독이 서독과 통일됐을 때 주변에 부유한 국가가 없었지만 북한은 투자할 여력이 충분한 러시아 중국 등 이웃 국가가 있다”며 “북한은 외부 조건이 허락한다면 빨리 개방하고 싶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가장 먼저 개방할 분야로 관광업을 꼽았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에서) 피자 체인을 열어도 성공할 것”이라며 북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투자처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그는 “대한항공 같은 경우 주식을 조금 사놓기는 했지만, 그 외에 북한이 개방되고 통일되는 것에 대비해 정확히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로저스 회장은 세계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증시도 침체될 수 있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더 많은 무역전쟁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꼬집었다.

짐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힌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북한 투자 분석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